.제가 르네 지라르 연구를 위해서 유학했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 물리학부에서 가르쳤던 안톤 차일링거 교수가 마침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네요. 그 동안 유력 후보자로 오랫동안 거명되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은 당시에 르네 지라르에 대한 학제적 연구지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톤 차일링거 교수가 주도하는 영자컴튜퍼, 양자정보, 양자얽힘 연구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당시에도 이미 안톤 차일링거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는데, 마침내 수상을 하게 되었네요. 안톤 차일링거 교수는 완벽한 암호인 양자암호의 기반이 되는, 한 입자의 성질이 다른 입자에게 옮겨가는 양자 순간이동 현상을 최초로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정일권, 『우주와 문화의 기원. 르네 지라르와 자연과학(서울: CLC, 2019).
2019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텍스트형 전자책 지원사업 대상 선정작

인스부르크 대학 조직신학부가 인문학부와 학제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발전시킨 연구 프로젝트인 ‘세계 질서-종교-폭력’과 함께 물리학부의 차일링거 교수팀의 양자 컴퓨터 연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양자 컴퓨터 연구를 위해 박사후 과정(post-doc)으로 온 어느 한국의 양자물리학자와 함께 양자물리학과 삼위일체론과 신학 등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또한 차일링거는 폴킹혼이 편집한 물리과학과 신학에서의 관계성을 다룬 2010년 책 「삼위일체 하나님과 얽힌 세계 」(The Trinity and an Entangled World)에 기고한 논문 “양자 물리학: 존재론인가 인식론인가?”에서 양자역학의 기본 특성인 ‘얽힘 현상’(entanglement)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대 양자물리학의 계보학에 존재하는 삼위일체론의 영향 혹은 영감에 대해서도 나는 이미 책을 통해 국내에 소개했다.

안톤 차일링거 교수도 2011년에 최근 위의 하이젠베르크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서 과학과 종교의 대화와 자연과학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했다. 자연과학의 “첫 잔은 무신론적으로 만들지만”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그는 아인슈타인이 빅뱅의 원인을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발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연법칙들과 세계의 깊은 합리성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질문한다. 또한 ”자연법칙이 세계의 인과적 작용을 서술한다면, 태초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디로부터 (빅뱅의) 초기의 조건들이 왔는가?”라고 묻는다. 차일링거 교수는 무신론 혹은 방법론적 자연주의와 불가지론에 머물고 있는 물리학자들조차도 유신론을 위한 가능성으로 보고 있는 빅뱅 대폭발과 대팽창 시의 인류원리와 미세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